영화 <아가씨>는 세라 워터스 작가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각색하여 탄생한 작품이다. <핑거스미스>의 시대적 배경은 산업혁명으로 새로 나타난 노동자 계층과 고전적인 귀족들이 동시에 존재했던 시기로, 갈등과 도약의 시대로 불리던 빅토리아 시대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산업혁명에 해당하는 시기가 없었기 때문에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어떤 시기를 택해야 각색할지 고민이었다고 한다. 고심 끝에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신분제도와 식민지라는 특수성을 넣어 각색을 하게 되었고, <아가씨>에서 숙희 시점의 1부는 원작과 비슷하게 전개되지만 2부와 3부는 감독과 작가가 완전히 재창조했다고 한다.
영화 제작을 결심하기 전, 정서경 작가는 박찬욱 감독이 소설 <핑거스미스>로 영화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처음 원작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각색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고민 끝에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 후, 다시 한번 박 감독의 제안을 받게 된 정 작가는 결국 제안을 수락한다. 각색의 의미와 더불어 이야기 속 두 주인공이 좀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원작과 달리 복수와 사랑에 모두 성공하는 해피엔딩으로 각색이 되었다고 한다.
알고 보면 스릴러인 <아가씨> 줄거리
영화의 시작은 사기꾼 백작(하정우)이 부유한 일본인 상속녀 히데코(김민희)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백작은 히데코를 유혹하여 결혼한 뒤, 그녀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재산을 빼앗을 계획을 세운다. 이를 위해 소매치기 출신의 소녀 숙희(김태리)를 히데코의 하녀로 심어놓는다.
숙희는 돈이라면 뭐든 했기에 일말의 망설임 없이 히데코의 저택에 들어가 하녀 생활을 시작한다. 히데코는 이모부 코우즈키(조진웅)와 함께 살며, 그가 시키는 대로 일하고 생활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히데코는 발랑 까진 숙희와 달리 순진무구한 구석을 띄고 있었다. 돈을 목적으로 히데코에게 거짓으로 다가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숙희는 히데코에게 연민과 동정, 더 나아가 사랑을 느끼게 된다. 히데코 역시 숙희를 하녀 이상으로 대하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영화의 한 장면 중, 극 중 코우즈키(조진웅)가 히데코(김민희)와 그녀의 이모(문소리)의 얼굴을 손에 쥔 채 흔드는 장면은 박찬욱 감독이 촬영 직전에 제안한 장면이라고 한다. 하지만 조진웅은 장면이 너무 폭력적이라 망설였다고 한다. 그래서 얼굴에 손을 얹고만 있었고, 히데코 어린 시절 연기를 맡은 조은형과 문소리가 직접 머리를 흔들었다고 한다.
문소리는 원래 히데코의 이모 역할이 아닌 영화 <아가씨>의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마땅한 인물이 없어 고민을 하던 중, 심사위원이었던 문소리가 선뜻 자신이 맡겠다고 수락을 하여 특별출연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히데코가 종이에 글씨를 써서 숙희에게 보여주는 장면 속 글씨는 박찬욱 감독의 아버지가 쓴 글이라고 한다.